계약의 묵시적 합의해제 방법 (긍정 vs 부정 사례)

1. 합의해제란?

합의해제는 해제계약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합의는 계약을 끝내는 당사자 간의 약정입니다. 계약을 끝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양 당사자 간의 의사 합치로 계약을 끝내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합의해제의 근거는 민법의 중요한 원칙인 사적자치의 원칙, 계약자유의 원칙입니다.

민법은 계약의 합의해제에 관한 규정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실무적으로 해제의 방식으로 자주 쓰이지만, 법의 규정이 없으므로 판례의 해석에 의존을 많이 합니다. 

판례에서는 합의해제를 “해제권의 유무를 불문하고 계약 당사자 쌍방이 합의에 의하여 기존의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켜 당초부터 계약이 체결 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상태로 복귀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계약” 이라고 합니다.

이와 달리 합의해지는 계속적 채권채무관계에서 당사자가 이미 체결한 계약의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계약입니다.


2. 묵시적 합의해제도 가능한가?

계약의 합의해제는 명시적으로 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가능합니다.

다만, 묵시적 합의해제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계약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유지할 의사가 없다는 점이 서로에게 묵시적으로나마 표시되어야 합니다.


3. 묵시적 합의해제의 요건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성립한 계약을 합의해제하기 위하여서는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존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해제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그 요건으로 합니다.

이러한 합의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이 서로 객관적으로 일치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계약의 합의해제는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다만, 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하려면 계약의 성립 후에 당사자 쌍방의 계약실현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인하여 당사자 쌍방의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가 일치되어야만 하하고, 계약이 일부 이행된 경우에는 그 원상회복에 관하여도 의사가 일치되어야 합니다.


4. 묵시적 합의해제를 부정 vs 긍정한 사례

매매계약의 묵시적 합의해제를 부정한 사례
1. 사실관계

1)원고가 2014. 8.경 피고를 만나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하여 달라고 요구함.

2)2015. 6. 10. 피고에게 이 사건 금전대차계약서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함.

3)피고가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거나 매매대금 반환의사를 표시하지 않음.


2. 판단

1)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유지할 의사가 없음을 묵시적으로라도 표시하였다고 보기 어려움.

2)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묵시적으로 해제할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보려면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설정된 원고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할 것을 요구하는 등 이 사건 매매계약의 무효를 전제로 한 행동이나 태도를 보였어야함.

3)그런데 원고가 제시하는 위와 같은 사정들은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의무 이행을 지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정들일 뿐이고, 피고가 계약해제 의사를 드러냈다고 평가하기 어려움.


판사 최창석(재판장) 정덕기 김재승
임대차계약의 묵시적 합의해제를 인정한 사례

1. 사실관계


1) 원고가 1992.4.11. 피고와 간에 부산 동래구 (주소 1 생략) 지상에 건축중이던 피고 소유의 지하 1층, 지상 5층의 이 사건 여관 건물을 임차보증금 200,000,000원, 월차임 금 3,000,000원, 임차기간 24개월로 정하여 임차함.

2)계약금 20,000,000원은 계약 당일에, 중도금 100,000,000원은 같은 달 21.에, 잔금 80,000,000원은 같은 해 5.20.에 각 지급하고 잔금지급과 동시에 여관업을 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여관건물을 인도받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함.

3)피고에게 당일 계약금으로 금 20,000,000원을 지급함.

4)피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 4일 후인 같은 해 4.15. 및 약정 중도금 지급기일인 같은 달 21. 원고로부터 위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반환하여 달라는 요구를 받고, “세 나간 후에 보자”라고만 하였을 뿐 별다른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함.

5)그 후 원고에게 중도금 및 잔금의 이행최고도 없이 위 계약을 방치하다가 약정 잔금지급기일을 넘긴 같은 해 6.25.에 이르러 원고와의 위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것으로 여긴 나머지 소외 1과 간에 위 여관건물을 임차보증금 170,000,000원, 월차임 금 3,000,000원, 기간 24개월로 정하여 임대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함.

6)원고도 피고에게 해약 및 계약금반환을 요구한 후로부터는 피고가 위 여관건물에 관한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임차보증금을 받으면 원고에게 위 계약금을 반환하여 줄 것으로만 믿고 위 계약을 방치함.


2. 판단


1)원·피고 사이의 위 임대차계약은 그 계약성립 후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의 일치로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

2)피고가 원고의 계약 해제 및 계약금 반환요구에 “세 나간 후에 보자”라고만 하였을 뿐 별다른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한 채 중도금 및 잔금의 이행최고도 없이 그 계약을 방치하다가 잔금지급기일 도과 후 제3자에게 임대한 사정에 터잡아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그 계약성립후 원·피고 쌍방간에 피고가 계약금 전액을 반환하기로 하면서 임대차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해제가 성립된 것으로 판단.

3) 원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지 불과 4일 후인 같은 해 4.15.부터 계약의 해제 및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고 중도금지급기일인 같은 달 21.에도 중도금지급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여전히 계약의 해제 및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는 등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였다고 볼 수 있는 한편, 피고 또한 원고의 중도금 및 잔금지급채무불이행을 들어 임대차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분명히 하지 아니한 채 방치하다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존속과 모순되는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존속시키지 아니하기로 한다는 점에서는 원·피고 쌍방간에 의사의 합치가 묵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있음.

4)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그 계약성립 후 원·피고 쌍방간에 계약금에서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로 인한 손해를 공제한 나머지를 반환한다는 한도 내에서 그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해제가 성립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


대법관 김형선(재판장) 박만호(주심) 박준서 이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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